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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madic Life
[러시아] #2. 속초에서 배타고 자루비노항까지 본문
2010년 1월 4일 오전 9시
정말 그 날은 하늘이 열린 것 마냥. 눈이 끝 없이 쏟아졌다.
그 날의 기록 적인 폭설은 결국 그 날의 시련에 시련을, 그리고 또 다른 시련을 가져왔다.
하필 왜 오늘이란 말인가.
강원도 속초에서 배를 타고, 러시아 자루비노로 이동해야 하는 일정.
그 시작은 이렇게 폭설과 함께 시작했다.
함께 러시아로 떠나는 동생과 동서울 터미널에서 오전 9시에 만났다.
도저히 시내 버스로는 이동할 수 없는 상황이라 둘다 지하철을 이용해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했다.
과연 오늘 우리가 속초까지 갈 수 있을 지. 궁금했다.
아니 그보다 우리가 과연 러시아로 갈 수 있을 지. 궁금했다.
사실 어느 정도는 마음 속에서는 러시아 출국을 포기하고 있었다고 봐도 무방했을 것이다.
폭설이 내려 차들이 거의 안보이던 동서울 터미널 앞
우리는 그렇게 버스를 예약했다.
시내 버스도 못다니는 길이지만,
고속 버스는 다니기를 기대하며,
우리가 이용했던 동서울 속초 고속버스
동서울에서 속초까지 이동에 걸리는 시간은 2시간 30분이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길
거의 한치 앞이 보이지를 않았다.
버스는 아주 천천히,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버스가 달린다는 표현보다는 걷기 시작했다는 표현이 어울릴 그날의 상황.
슬슬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속초에 예상시간대로 도착하게 되면 1시간 정도의 여유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살짝 타이트할 수 있는 시간.
그래도 일단 버스는 무사히 탔구나 하는 몹쓸 안도감이 들면서 잠이 들었다.
그리고는 30분이 지났을 까.
이상한 느낌에 눈을 떴다.
동서울역에서 출발한 버스는,
30분이 지나도록
나에게 상당히 익숙한 곳,
광나루역을 지나쳐 나오는 워커힐호텔이 있는 언덕을 향해 올라가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정상적이라면 10분도 안되서 지나갔을 이 곳을,
통과한 것도 아니고, 30분이 지나도록 통과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상황.
그런데 정말, 난생 처음 본 풍경이 있었다.
마치 눈썰매장이 된 듯한 느낌의 도로.
차들은 올라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고,
그렇지만 계속 바퀴는 헛돌고, 정말 도로는 엉망진창 난리였다.
그곳에서 10분정도 계속 시도했을까.
우리가 탔던 버스는 겨우겨우 무시무시했던 워커힐호텔 언덕을 지나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눈들이 저렇게 쌓이기 시작했다.
속초에 도착한 시간은
우리가 동서울을 출발한 지 4시간이 더 지나서.
즉 이미 배의 출발시간은 30분을 넘긴 상황.
이렇게 러시아로 가는 것은 포기해야 하는 구나 싶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는지,
아니면 그냥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돌아가기를 원했는지,
우리는 폭설이 내리던 그 눈길을 걸어 여객선 터미널까지 걷기 시작했다.
참 징했던 날이다.
이미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상당히 지쳐있었기 때문에,
그냥 눈길을 걷는 것 조차 힘들었는데,
점점 케리어가 무거워 진다.
고개를 돌려 케리어를 바라보니.
이건 무슨 케리어가 눈을 쓸고 다녀서 케리어 반만한 눈덩이가 함께 끌려오고 있다.
지치고, 힘들고, 춥고, 괴로운 상황.
우리는 그렇게 그 길을 걸었다.
그런데 말이다.
저 멀리에.
DONG CHUN FERRY라고 적힌 배가 보인다.
이미 출항시간을 한 시간도 더 넘긴 상황.
기적이라 해야 할지.
무어라 해야 할지.
오호! 이런 기적이!!
이러며 신나면서도,
또 출발전에 너무 지쳐서 인지 결국 가긴 가는구나 하는 묘한 느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느낌이 나를 휘감았다.
폭설로 인해 출항이 지연되고 있던 동춘페리.
그렇게 우리는 러시아로 출발했다.
우리가 탔던 DONG CHUN FERRY
거의 화물선에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도 그렇다.
배로 올라가는 계단.
무언가 아주 허술한. 열악한 느낌의 계단이었다.
겨울 옷이 가득 담겨있던
무시무시하게 무겁던 케리어를 들고 올라가기는 상당히 힘들었던.
동춘호의 시설은
여객선? 크루즈?를 상상하고 가서 일까.
당황으로 시작해, 난감으로 끝나는 정도였다.
정말 딱 나를 러시아로 이동시켜줄 수 있어 보이는 정도의 시설.
(지금은 배를 한번 개조했는지 사진을 보니 상당히 좋아보인다.)
바닷가를 보기위해 나와도 눈 때문에 갑판이 미끄러워서 위험했다.
안전 때문에 이렇게 노끈으로 다 막혀있었다.
동춘호 식당의 모습.
목욕탕 문.
아쉽게 화장실 사진은 보이지 않는다.
동춘호 내부에 있던 편의점 사진.
\
다행히 출발 후 시간이 지나면서 해가 뜨기 시작했다.
사실 동춘호에서 이 외의 기억은 거의 나지 않는다.
위 동춘호 내부 사진들도 내가 직접 찍은게 아니라 함께 같던 동생이 찍은 사진이다.
동춘호에 탄 뒤 나는 정말 산송장이었다.
정말 말로만 듣던 배 멀미가 그렇게 무서울 줄이야.
예전 강호동 1박 2일 시절에 멤버들이 울릉도로 향하는 배에서
멀미에 취해 잠들어 누워있던 모습이 떠오른다.
정말 무시무시했던 배멀미.
누워있어도 멀미가 나는 그 상황은
정말 딱히 벗어날 방법이 없는 끔직한 상황.
그 상황이 10시간 넘도록.
20시간 넘도록.
사실 속초부터 자루비노는 19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이 날 출발도 늦었고, 폭설 때문에 속도도 늦추었는지.
밤이 되서야 자루비노에 도착했다.
드디어 산송장에서 벗어날 때가 찾아 온 것이다.
그래 잘 버텼다.
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말이다.
채 미소가 사라지기도 전.
청천벽력 같은.
개 똥 같은 소리가 들린다.
입국 사무소 러시아 지원들이 퇴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너희는 지금 입국을 할 수 없다.
기다려 달라...
바다 위에서.
내일 아침까지...
바로 앞에 두고도 갈 수 없는 자루비노항.
그 날 밤은 그 때 까지의 내 인생 중에
가장 추웠 밤이라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무시무시한 추위의 러시아 밤 바다 위에서.
시동을 꺼버린 배.
시동을 꺼버리니.
난방이 꺼저버린 배.
그렇게 우리는 러시아 밤 바다 위에서
난방도 없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쳤다.
정말 추웠다.
정말 안되는 날은 무얼 해도 안된다 하던가.
급 머릿속에 출발전에 동생이 사주었던 붙이는 핫팩이 떠올랐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비닐을 제거하고 온 몸에 붙였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하지만 핫 팩은
난방이 꺼저버린 배처럼, 차갑고 차가웠다.
내가 가져갔던 백 개가 넘는 불량 핫팩은
그렇게 나를 배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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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버텨냈다.
아침이 밝았다.
정말 러시아, 러시아, 러시아.
그 러시아에.
드디어 입국이다.
러시아 입국 심사
입국 심사를 어렵지 않게 마치고,
셔틀 버스에 올라탔다.
셔틀 버스는 자루비노 버스터미널까지 우리를 데려다 주었다.
자루비노 버스터미널까지 데려다준 셔틀 버스
셔틀 내부
이 사진을 찍을 때 정말 상태가 처참했던 것 같다.
산송장이 움직이는 상태 정도의 상태
셔틀은 생각보다 많이 이동했다.
셔틀에 내려 버스터미널에서 우리는 상당히 헤맸다.
버스 시간도 잘 맞지 않고,
우리에게 잔돈이 없었던 이유도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일단 열차를 타기 위해 우수리스크까지 이동해야 했다.
어쩔 줄을 몰라 헤메고 있는 우리에게
한국어를 사용하며 도와줄 지 물어보는 선한 사람.
우리는 그 선한 사람의 도움 덕분에
우수리스크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그 분은 고려인이었다.
고려인과의 첫 만남.
우리는 그 분의 친척(?)이 운전하는 차에 타,
우수리스크까지 이동했다.
물론 우수리스크에 도착해서,
약간(보다는 좀 많은)의 기름값을 드리긴 했다.
이동 중에 바라본 풍경.
정말 사진처럼 차가운 느낌의 러시아.
러시아는 이렇게 횡하고 차가운 첫인상을 주었다.
아, 물론
러시아 밤바다에서 보냈던 끔찍했던 첫 만남은 보너스.
무언가 러시아인들을 보니
이곳이 러시아가 맞긴 맞구나 싶다.
잘 생긴 남자 아이와
예쁜 러시아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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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리스크에 도착 한 우리는 바로 열차 역으로 향했다.
우리는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우수리스크에서 하바롭스크로 이동하기 위해
한인분에게 도움을 요청했었는데,
전화를 드리자, 한 청년이 우수리스크역으로 나와서
우리의 티켓팅을 도와줬다.
사실 러시아에서 티켓팅은 정말 어렵다.
정말 정말 정말 어렵다.
일단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고,
영어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티켓팅을 해야하는.
우리가 원하는 목적지와 원하는 침대칸을 설명하기는 정말 어렵다.
우수리스크 기차역
우수리스크 역 창구
우수리스크 역 대합실
이 날 대합실에서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함께 있던 동생은 역 밖에서 통화를 하고 있었고,
혼자 대합실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반대 편에 고려인처럼 보이는 아저씨 두명이 앉아 있었다.
눈이 마주치고,
갑자기 뭔 생각이었는지 아저씨들에게 "안녕하세요." 인사를 했다.
반대편에 앉아있던 아저씨도 고개를 끄덕했다.
몇마디를 주고 받다가.
그 아저씨의 입에서
"남조선에서 왔습니까?"
라는 말이 나왔을 때, 그들이 북한사람들임을 알아차렸다.
갑자기 맞다. 남한에서 왔다는 말에 표정이 확 변하는 아저씨들.
급 우리들 사이에 큰 벽이 생겼다.
그러다 아저씨 주변으로 북한 사람들이 7~8명 정도가 모이더니,
나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그 아저씨들 중 한명이 나에게 한마디를 걸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대화는 다시 시작되었다.
"남조선은 미국의 식민지 아니냐."
"남조선에서는 미국 달러 쓰는거 아니냐."
"남조선에서는 물가가 너무 극심하게 높아서 굶어 죽는다고 하는데.."
등등의 말도 안되는 몇가지를 물었고,
나는 당연히 그렇지 않다. 전혀 오해다.
라고 답했다.
그리고는 남한의 월급.
우리처럼 젊은이들이 해외 여행도 다닐 수 있을 정도의 경제 상황.
당시 들고 있던 캐논 DSLR과 스마트폰이 내 말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면서..
그들은 노동당(?)에서 일하고 있으며, 러시아로 출장을 나와있다고 했었는데,
우리의 대화가 더 진행될수록 그들은 남한에 대해서 더 흥미로워 했는데,
갑자기 또 다른 리더로 보이는 누군가가 등장하면서,
우리의 대화는 끊겼다.
사실 막혔다라는 말이 더 적합한 상황이었다.
나름 러시아에 출장을 나올 수 있는 북한 사람이라면,
그래도 상대적으로 제대로 된 정보에 접근하기에 수월할 것인데,
이들 조차도 이렇게 사실이 조작되고 차단된 현실을 보니.
북한이 이토록 계속해서 유지될 수있는 이유를 살짝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우수리스크 역
시베리아 횡단 열차
바로 이것이 말로만 들었던 시베리아 횡단 열차이다.
드디어 그.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게 된 것이다.
이 설레는 기분 때문일까.
이 때부터 슬슬 컨디션도 회복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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